읽어본 책

생각에 관한 생각,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뻔돌이 2019. 1. 24. 22:42

 

 

 

이 책들은 꼭 읽어봐야 할 책들이다! 저자들은 위대한 학자면서도 뛰어난 이야기꾼들이다. 심리학과 경제학에 대한 책들이지만 전혀 따분하지 않고 무척 재미있다. 게다가 실용적인 면도 있다. 중간 중간 전문적 이론이나 지식이 필요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냥 넘어가도 다음 내용을 읽는 데 큰 지장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용이 워낙에 방대해서 기억하는 것보다 잊어버리는 것이 훨씬 더 많다. 몇 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생각에 관한 생각> 에는 많이 알려진 각종 직관의 오류와 인지 편향들 수십가지 나오는데, 대부분 이 책의 저자인 대니얼 카너먼이 아모스 트버스키와 함께 이미 1970 년대부터 논문 등을 통해 발표한 것들이었다. 아마도 이들이 수많은 책들에서 인용하는 인지 편향 이론의 원조인가보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까지 쭈욱 심리학자였던 그가 1979년쯤 발표한 의사결정에 대한 ‘전망 이론’ 논문으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은 원래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있던 시상 항목은 아니고, 원래 이름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리기 위한 스웨덴 은행 경제학상’ 이라고 한다) 아모스 트버스키가 함께 연구하고 발표한 논문이었지만, 그는 1996년에 종양으로 사망하여 카너먼 혼자 수상했다. 1934년 생인데, 무려 77살이 된 2011년 책을 출판했으니 참 열정이 대단한데, 그것도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가 되었으니 더 대단한 것 같다. 이 책은 어림짐작과 인지 편향에 대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오류와 편향 덩어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직관은 대개는 옳지만, 상황에 따라 체계적인 편향과 오류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보통 다른 책들에서는 Heuristic 을 영어 발음 그대로 ‘휴리스틱’ 이라고 쓰는 것과는 달리 이 책의 번역자는 ‘어림짐작’ 이라고 썼다. 후반부에는 의사 결정과 선택과 관련하여 리차드 탈러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 이름도 다른 책들과 달리 ‘리차드 세일러’ 라고 썼다.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은 행동경제학의 선구자이며 <넛지>의 저자 중 한 명이고 캐슈넛을 사랑하는 리차드 탈러가 2015년 출판한 책이다. 1970년대 경제학을 공부했던 대학원생 시절부터 현재까지 여러 다른 학자들과 교류하며 연구했던 경험과 시대 상황, 행동경제학 발전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1945년 생인데, 70살에 책을 냈으니 역시 열정이 남다른 것 같다. 1970년대 기존 경제학 이론과 사상에 이단적인 생각과 의문을 품고있던 중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의 휴리스틱과 편향 논문을 읽는 30분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전율을 느낀 후 인생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곧바로 그들의 새로운 프로젝트 소식을 듣고 그 자료를 입수했는데, 바로 ‘전망 이론’ 이었다. 이후 그 두 사람과 같은 대학에서 함께 연구하기도 했는데, 꽤 친하게 지낸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대니얼 카너먼을 대니라고 부른다. 탈러는 그들에게 영감을 받아 그동안 기존 경제학 이론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의심과 의문, 그리고 그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실의 모순을 풀어낼 해답의 길을 찾게 되어 본격적인 행동경제학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경제학 이론은 인간을 ‘합리적 행위자’ 인 ‘호모 이코노미쿠스’ 라고 가정하는 모형을 전제로 한다. 탈러는 이를 ‘이콘’ 이라고 줄여서 부르는데, 그가 40여년 동안 줄곧 주장해온 것은 인간은 이콘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보이지 않는 손 invisible hand' 을 과대평가하며 '합리적 행위자' 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양 손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못하는 모습을 빗대 그들의 주장을 '보이지 않는 속임수 invisible handwave' 라고 부른다. 탈러는 또한 SIF 라는 재미있는 말을 만들어냈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인 supposedly irrelevant factor’ 을 줄인 말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무시하는 요인들, 즉 SIF 가 사실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또 그가 보통의 경제학자들과는 다른 점은, 자유주의자이면서도 그냥 보통의 자유주의가 아니라 ‘자유주의적 개입주의’ 나 ‘자유주의적 온정주의’ 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자유과 선택을 존중해야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인지 편향 때문에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이른바 ‘선택 설계’ 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주장한다. 한 때 탈러는 이단적인 연구 성과들을 발표할 때마다 다른 경제학자들에게 집중적인 비난과 공격을 받아서, 마치 중세시대 곤틀릿(두 줄로 늘어선 병사 사이를 지나가면서 양쪽에서 매질을 당하는 형벌)을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굴하지 않고 행동경제학의 발전을 이끌고 2017년에는 노벨 경제학상까지 받았다. 

 

<생각에 관한 생각> 에는 많은 인지 편향 예시와 실험이 나오는데, 대체로 피실험자들에게 결과적으로는 같은 내용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변형한 질문들을 하여 답변을 살펴보는 형태가 많다. 그를 통해 사람들이 왜 모순된 선택을 하는지 그 이유를 추측해보고, 추측한 것들을 또 다른 실험을 통해 검증해보고, 맞으면 적절한 이름을 짓는다. 그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전망 이론’ 을 바탕으로 한 이익과 손실에 관련된 예시들이다.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에도 비슷한 예시들이 많이 나온다. 사람들은 이익과 손실에 민감하다. 이익을 얻으면 즐겁고 손실을 입으면 불쾌하고 슬프다. 그런 감정은 공정함과 정의에 대한 감정을 낳는다. 사람들은 그 감정에 따라 다른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고 평가하며 판단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스스로 이익과 손실에 어떻게 대처하고 결정을 내리며, 어떤 이유로 그러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래 두 개의 질문에 모두 답해보자.

 

질문 1. 300 달러를 받았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A : 50% 확률로 200 달러를 받는다.

B : 무조건 100 달러를 받는다.

 

질문 2. 500 달러를 받았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A : 50% 확률로 200 달러를 잃는다.

B : 무조건 100 달러를 잃는다.

 

1번 질문과 2번 질문 둘 다 A 를 선택할 때 결과는 300 달러 아니면 500 달러로 같다. B 를 선택할 때 역시 400 달러로 그 결과가 같다. 하지만 대다수는 1번 질문에서 B 를 선택해 안전하게 이익을 얻는 쪽을 선호하고, 2번 질문에서는 A 를 선택해 도박을 선호한다. 이익의 측면에서는 위험을 회피하려고 하며, 손실의 측면에서는 더 크게 손해볼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손해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손실 회피 성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같은 정도의 크기라면 손실을 이익보다 더 크게 느끼고, 그래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보다 손실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대체로 사람들은 손실을 이익보다 대략 2배 정도 더 크게 느낀다고 한다. 그러니까 100 만큼 이익을 얻을 때 심리적 가치가 +100 이라면, 100 만큼 손해를 입을 때 느끼는 심리적 가치는 -200 정도인 것이다. 그런데 이익이 100 에서 100 만큼 더 이익을 얻으면 많이 기쁘지만, 1000 일 때 100 만큼 더 이익을 얻으면 쪼끔 기쁘다. 이것은 아래와 같이 전망 이론의 가치 함수 그래프로 표현할 수 있다. 

 


아래와 같은 경우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

 

선택 1. 90% 확률로 100만 달러를 받는다.

선택 2. 무조건 50 달러를 받는다.

 

분명히 대부분 1번을 선택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래의 경우는 어떨까?

 

선택 1. 90% 확률로 100만 달러를 받는다.

선택 2. 무조건 15만 달러를 받는다.

 

만약 1번을 선택했다가 운나쁘게 아무 것도 받지 못하는 10% 확률에 걸렸다면, 2번을 선택했을 때 15만 달러가 너무 뼈아프게 느껴질 것이다. 즉, 후회가 크다. 반면 먼저의 경우에는 50 달러는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아무 것도 받지 못한다고 해도 크게 손해봤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는 대부분 안전한 2번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후회에 대한 예시. 아래 둘 중 누가 더 후회할까?

 

경우1. 브라운 씨는 웬만해서는 히치하이커를 태우지 않는다. 그런데 어제 한 남자를 태웠다가 강도를 당했다.

경우2. 스미스 씨는 히치하이커를 자주 태워준다. 어제도 한 남자를 태웠는데 강도를 당했다.

 

누가 더 크게 후회하겠는가? 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8% 가 브라운 씨가 더 많이 후회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누가 더 비난을 받겠는가? 라는 질문에는 77% 가 스미스 씨를 지목했다. '평소에 그랬으니 당할만도 하지!' 라는 생각인 것이다. 그에 비교해서 브라운 씨에 대해서 '도대체 왜 평소에 안하던 짓을 했냐' 고 하는 사람은 더 적었다. 또 다른 경우를 보자.

 

경우1. 폴은 A 회사 주식을 B 회사 주식으로 갈아탈까 고민하다가 그만 두었다. 그 결과 1000 달러 이익을 놓쳤다.

경우2. 조지는 B 회사 주식을 A 회사 주식으로 갈아탈까 고민 끝에 갈아탔다. 그 결과 1000 달러를 손해봤다.

 

두 사람 모두 다른 선택을 했을 경우에 비해 손해본 금액은 동일하다. 하지만 대부분 조지가 더 후회할 거라고 응답했다. 사람들은 똑같은 결과를 두고도, 행동하지 않은 것에 따른 결과보다 행동한 것에 따른 결과에 더 큰 반응을 보인다. 대니얼 카너먼의 주장에 따르면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은 것' 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한 것' 의 차이와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을 때 자동으로 선택되는 기본 옵션이 무엇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그 기본 옵션에서 일탈했을 때의 예상과 결과의 차이가 클수록 후회가 클 것이라는 얘기다.

 

어떤 경우에 더 많이 후회할 것인가는 의외로 복잡한 문제다. 사람들은 상황이 불확실하여 예측하기 어려울 때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한다. 가만히 있지 않고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때 나쁜 결과를 얻을 가능성도 있고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 또한 있다면, 즉 해도 후회할 수 있고 안해도 후회할 수 있다면, 차라리 해보고 후회하겠다는 선택을 하기 쉽다. 최소한 뭔가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했다는 변명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이 때 가만히 있을 때보다 적극적 행동을 했을 때 결과가 좋으면 더 짜릿한 기쁨을 느끼지만, 반대로 적극적 행동의 결과가 나쁘면 더 많이 비난받고 후회한다. 

 

반면, 예측 가능한 상황이고 무엇을 선택하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나쁜 결과들만 예상될 때는, 그 중 더 나은 결과를 위해 굳이 적극적인 행동을 하려 하지 않는다. 어차피 나쁜 결과가 나올 바에 괜히 움직였다가 더 비난을 받고 후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에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선택을 하려 할 것이다. 

 

과거 후회했던 경험이 이후의 선택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이전에 후회했던 것과 같은 선택을 회피할 수도 있고, 이번엔 다를 거라며 또 같은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행동 방식과 비난과 후회의 관계는 문화적인 원인도 있다. 특히 개인이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잡은 사회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가지' 라거나 '괜히 나대지 마라' 같은 말들이 자주 나온다. 그런 곳에서 적극적인 행동의 결과가 좋지 않으면 더욱 큰 비난를 받고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확률이 높아지거나 낮아질 때, 원래 몇% 였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아래의 경우 대부분은 무엇을 선택할까? 아마 1번을 선택할 것이다. 2% 더 높은 확률을 위해 2만 달러를 감수할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선택 1. 61% 확률로 52만 달러를 받는다.

선택 2. 63% 확률로 50만 달러를 받는다.

 

반면, 이러면 어떨까?

 

선택 1. 98% 확률로 52만 달러를 받는다.

선택 2. 100% 확률로 50만 달러를 받는다.

 

똑같이 2% 더 높은 확률을 위해 2만 달러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2번을 선택하게 된다. 똑같은 2% 여도 그로 인해 100% 를 보장받을 수 있다면 평범한 2% 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은 손실일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손실 0% 를 보장받을 수 있다면 더 많은 비용을 감수한다. 혹시 모를 불상사가 발생할 확률을 50% 에서 49% 로 낮출 수 있을 때는 굳이 비용을 들이려 하지 않겠지만, 1% 에서 0% 로 낮춰 확실히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어지간한 비용도 기꺼이 감수하려 드는 사람들이 많다. 흔히 말하는 제로 리스크 편향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 에 ‘네 갈래 유형’ 이라고 부르는 의사 결정 혹은 선호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익 손실 
높은 확률 / 확실성 효과  확률 예시 : 1만 달러를 딸 확률 95%
운 나쁘게 이익을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
위험 회피 성향 유도됨
불리한 타협안 수용함
행동 예시 : 제로 리스크 편향
확률 예시 : 1만 달러를 잃을 확률 95%
운 좋게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희망
위험 추구 성향 유도됨
이로운 타협안 거절함
행동 예시 : 매몰 비용 오류 등
낮은 확률 / 가능성 효과  확률 예시 : 1만 달러를 딸 확률 5%
운 좋게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
위험 추구 성향 유도됨
이로운 타협안 거절함
행동 예시 : 복권, 도박
확률 예시 : 1만 달러를 잃을 확률 5%
운 나쁘게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두려움
위험 회피 성향 유도됨
불리한 타협안 수용함
행동 예시 : 보험

 

왼쪽 상단의 시나리오는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며 끔찍한 후회와 실망에 괴로워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겁을 먹게 되는 경우다. 그래서 이익을 얻을 확률이 높아질수록 더 안전한 것을 더 선호한다. 왼쪽 하단의 시나리오는 복권이나 도박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오른쪽 상단의 시나리오는 '까짓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하며 대담해지는 경우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손에 나쁜 패만 쥐고 있는 채로 궁지에 몰렸을 때, 실낱 같은 희망을 노리고 더 무모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오른쪽 하단의 시나리오는 보험을 예로 들 수 있다. 혹시 모를 일에 대한 걱정에 많은 돈을 쓴다.


하지만 네 갈래 유형의 시나리오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아모스 트버스키가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의사들에게 폐암의 두 가지 치료법인 수술과 방사선 치료 결과의 통계 자료를 아래 두 가지 방식으로 다르게 보여주고 답변을 분석한 실험이 있다.

 

자료 1. 수술 후 한 달간 생존율은 90% 이다.

자료 2. 수술 후 첫 달에 사망할 확률은 10%이다.

 

실험 결과 1번 방식의 자료를 본 의사의 84% 가 수술을 택했고, 2번 방식으로 보여주었을 때 50%만 수술을 택했다고 한다. 두 가지 확률은 똑같다. 다만 생존 확률과 사망 확률 중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가 달랐을 뿐이다.


이른바 틀짜기로, 이익과 손실 중 어떤 틀로 문제를 바라보게 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은 논문을 통해 ‘아시아 질병 문제’ 라는 제목의 예시를 들었다. 왜 그렇게 제목을 지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이 이례적인 아시아 질병에 대비한다고 상상해보자. 이 질병이 발생하면 600명이 사망하리라 예상된다. 이 질병에 맞설 프로그램이 두 가지 제안되었는데, 그 둘의 결과를 과학적으로 정확히 예측한 수치가 다음과 같다고 해보자.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선택 1. 프로그램 A 를 선택하면 200명을 살릴 수 있다.

선택 2. 프로그램 B 를 선택하면 600명을 살릴 확률이 3분의 1이고, 한 명도 못살릴 확률이 3분의 2다.

 

설문 결과, 상당수의 응답자는 1번을 선택했다. 그런데, 아래와 같이 다른 방식으로 질문을 했더니 결과가 달라졌다. 반대로 대다수가 B 를, 즉 도박을 선택한 것이다. 600명 중 200명이 사는 것이나 400명이 죽는 것이나 결과는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똑같은 결과라고 해도 이익의 틀에서 생각할 때와 손실의 틀에서 생각할 때 다른 판단을 한다.

 

선택 1. 프로그램 A 를 선택하면 400명이 사망한다.

선택 2. 프로그램 B 를 선택하면 한 명도 사망하지 않을 확률이 3분의 1이고, 600명이 사망할 확률이 3분의 2다.


두 책에는 모두 '심리학적 계좌' 혹은 '심리 계좌' 라는 용어가 나온다. 사람들은 기회 비용, 취득 효용, 거래 효용과 같은 경제적인 가치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 외 복잡 미묘한 심리에 얽혀 돈에 대해서 이콘이라면 결코 생각할 수 없는 독특한 관점을 가지게 된다. 심리 계좌는 그런 것에 대한 흥미진진한 연구 주제다. 그 한 예로, 사람들은 똑같은 돈이라도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도박장에서 도박을 한다고 가정하고 아래 질문에 답해보자.

 

질문 1. 지금 30달러를 땄다. 다음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A. 50% 확률로 9달러를 따고, 50% 확률로 9달러를 잃는다.

B. 더 이상 따거나 잃지 않는다.

 

질문 2. 지금 30달러를 잃었다. 다음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A. 50% 확률로 9달러를 따고, 50% 확률로 9달러를 잃는다.

B. 추가적으로 따거나 잃지 않는다.

 

질문 3. 지금 30달러를 잃었다. 다음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A. 33% 확률로 30달러를 따고, 67% 확률로 하나도 따지 못한다.

B. 확실하게 10달러를 딴다.

 

1번 질문에서는 아마 대부분 또 내기를 할 것이다. 하지만 잃고나서는 '본전을 만회할 가능성' 이 중요해지고, 그에 따라 똑같은 내기라 하더라도 선택이 달라진다. '딴 돈' 은 집에서 들고 온 '진짜 내 돈' 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는 대단히 보편적인 태도로, 돈을 따고 나면 '진짜 내 돈' 은 한 쪽 주머니에 넣어두고 '본전' 이라는 딱지를 붙여놓는다. 그리고 '딴 돈' 은 별도의 주머니에 넣어놓고는 '남의 돈' 딱지를 붙여놓는다. 이른바 '하우스 머니' 다. 내 돈으로 비싼 술을 사먹는 건 아깝지만 딴 돈으로 비싼 술을 사먹는 건 덜 아깝다.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는 말은, 사람들이 같은 돈이라도 어떻게 벌었느냐에 따라 다른 가치를 매긴다는 것을 말해준다. 같은 금액의 돈은 평등하지만, 사람들은 소중한 돈과 소중하지 않은 돈이 따로 있고, 쓰면 안되는 돈과 써도 되는 돈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돈을 다르게 생각하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나름대로 돈 관리를 잘 한다는 사람들은 돈에 꼬리표를 붙여서 관리한다. 요만큼은 저금해야 할 거, 요만큼은 생활비, 요만큼은 교육비, 요만큼은 취미 생활 등등. 옛날에는 용도를 표시한 봉투나 유리병에 돈을 따로 넣어두었다면, 요즘은 용도별 통장을 여러 개 만들어서 관리한다. 기업이나 정부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예산을 관리한다! 가정에서 돈에 꼬리표 붙이기 전략은 대체로 절약을 위한 방법으로 여겨지는데,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낭비를 부추길 수도 있다. 돈은 사용 범위가 정해져있지 않다. 그러므로 꼬리표를 붙인다고 해서 꼭 그 용도로만 쓰라는 법은 없다. 예를 들어, 술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 절약을 위해 한 달 술 값을 최대 10만원으로 제한했다고 치자. 3주차 정도까지는 담금소주로 버텼는데, 그러고 보니 돈이 좀 남는다. 그래서 마지막 주에는 비싼 와인을 사먹는다. 그 돈으로 가족과 외식을 하는 데 보탤 수도 있지만 그럴 생각은 잘 안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 돈에는 술값이라는 딱지가 붙어있으니까! 만약 그 돈을 가족 외식에 쓴다면 보나마나 아내가 한 달 술값 제한을 대폭 내려버릴 것이다. 그러니까 그 돈은 꼭 술을 사먹는 데 써야 한다. 기업이나 정부의 예산도 이런 식으로 엉뚱한 곳에 낭비되고 필요한 곳에 못쓴다!


쇼핑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가 있다. 1970 년대 리차드 탈러는 합리적인 선택 모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멍청한 선택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나름대로 사례를 수집해서 목록으로 만들었는데, 아래는 그 중 하나다. 

 

경우1. 리니아는 어떤 매장에서 시계 기능이 있는 라디오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았는데, 가격도 45 달러로 적당했다. 그런데 매장의 착한 직원이 10분 정도 떨어진 다른 매장에서 같은 제품을 35 달러에 살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리니아는 차를 몰고 거기로 가야 할까?

 

경우2. 리니아는 어떤 매장에서 TV 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았는데, 가격도 495 달러로 적당했다. 그런데 매장의 착한 직원이 10분 정도 떨어진 다른 매장에서 같은 제품을 485 달러에 살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리니아는 차를 몰고 거기로 가야 할까?

 

둘 다 똑같이 10달러를 아낄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다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경제학자가 아니라면. 이사를 가면 목돈이 들게 마련이다. 수억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인테리어 공사도 하고 가구도 새로 사야 하는 등 많은 돈이 든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상황이지만, 큰 돈을 계속 쓰다보면 몇 십만원 정도는 상대적으로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이왕 사는 거 좀 더 좋은 거 살까, 하다보니 어느 새 통장이 바닥나 버린다. 바로 이틀 전까지만 해도 장을 볼 때 야채 500 원 차이에도 벌벌 떨었는데 말이다.  


쇼핑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가 또 있다.

 

사례. 내 친구 마야 바힐렐은 더블침대용 커버를 찾고 있었다. 그녀는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는데 마침 그게 세일 중이었다. 정상가는 킹 사이즈가 300 달러, 퀸 사이즈가 250달러, 더블은 200 달러였다. 그런데 이번 주만 사이즈에 관계없이 모두 150 달러에 판매하고 있었다. 마야는 유혹을 참지 못하고 그만 킹 사이즈 커버를 사버리고 말았다.

 

마야 바힐렐은 심리학자로, 리차드 탈러의 친구이다. 물론 대리얼 카너먼의 친구이기도 하고, 아모스 트버스키의 친구이기도 했다. '어머! 이건 사야해!' 라는 외침은 그 물건이 너무 좋을 때보다는 너무 쌀 때 더 자주 나온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그렇게 싸게 산 물건들을 과연 잘 사용했나? 아마 아닐 때가 더 많을 거다. 하지만 할인의 유혹은 뿌리치기엔 너무 강력하다. 분명 마야 바힐렐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와, 300 달러 짜리를 150 달러에 사다니! 150 달러를 벌었군! 야호!'


여기 아주 재미있고 웃긴 예시가 또 하나 있다. 리차드 탈러가 동료와 함께 와인 경매가에 관한 뉴스레터를 받아보고 있는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것이다. 가입자들은 대부분 열렬한 와인 애호가였다고 한다.

 

질문. 여러분은 선물 시장에서 한 병에 20달러의 조건으로 고급 보르도 와인을 한 케이스(12병) 구입했다. 현재 그 와인은 경매 시장에서 한 병에 75달러 정도에 팔리고 있다. 이제 여러분은 그 중에서 한 병을 꺼내 마시기로 한다. 다음 보기 중에서 와인 한 병을 마실 때 여러분이 받을 느낌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1. 0달러, 이미 돈을 지불했다. (30%)

2. 20달러, 내가 구입한 가격. (18%)

3. 20달러, 더하기 이자. (7%)

4. 75달러, 팔았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 (20%)

5. -55달러, 75달러 짜리 와인을 20달러에 마시기 때문에 마실 때마다 그만큼 돈을 버는 것이다. (25%)

 

사람들은 어떤 것을 가장 많이 선탰했을까? (결과는 각 보기 오른쪽에 흰색 글씨로 써서 드래그 하면 보임) 진정한 이콘이라면 4번을 선택한다고 한다. 실제로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4번을 선택한다고 한다. 난 5번을 선택했다. 사실 5번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재미로 집어넣은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의외로 나 같은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이 설문 조사에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설명을 적어놓기도 했는데, 어떤 사람은 "와인 값이 두 배로 오르면 절반을 팔고 나머지를 공짜로 마실 수 있다" 는 내용을 썼다고 한다. 탈러는 이에 '기발하다!' 라며 심리 계좌의 위력에 대한 놀라움을 표현했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을 살짝만 바꾸면 나 같은 사람도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와인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실수로 떨어뜨렸을 때의 느낌을 물어보는 것이다. 나 같아도 그러면 75달러 손해봤다고 생각할 것 같다. 엇! 잠깐. 흠, 아니지. 마시면 55달러 이득보는 건데 깨뜨리면 75달러 짜리를 손해보는 거니 마실 때에 비하면 그 차이가 130 달러니까 그만큼 손해보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탈러는 동료와 함께 이콘은 이해할 수 없는 평범한 인간들의 이런 생각을 논문으로 발표했는데, 그 제목은 "지금 투자하고, 나중에 마시고, 지출은 없다. Invent now, Drink later, Spend Never." 였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 에서 그저 스쳐 지나가듯이 단 한 번 언급했을 뿐이었다는 '보이지 않는 손' 이 어떻게 된 일인지 지금 우리 세상에서는 전설적인 신화이자 절대 진리처럼 떠받들여지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이상적인 균형을 맹신하는 사람들에겐 바가지 따위는 존재할 수 없는 도깨비 같은 허상일 뿐이다. 근데 그게 정말일까? 다음 질문들에 어떤 느낌이 드는지, 인정할 만한지 아닌지 답해보자. 

 

질문 1. 한 철물점이 눈을 치우는 삽을 15달러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눈보라가 몰아쳤고, 다음 날 아침 삽을 사러 철물점에 간 당신은 삽의 가격이 20달러로 올랐다는 것을 알았다. 

 

질문 2. 아이들에게 대단히 인기가 많은 양배추 인형을 판매하던 한 매장은 품절로 인해 한 달 동안 그 제품을 팔지 못했다. 그런데 사장이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남겨놓고 재고 하나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매장 스피커를 통해 하나 남은 양배추 인형을 경매로 팔겠다고 손님들에게 알렸다. 

 

질문 3. 잠시 후 매장 스피커에서 다시 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경매로 판매한 수익금을 유니세프에 기부할 거라고 말했다. 

 

질문 4. 없어서 못팔 정도로 한참 뜨고있는 신규 브랜드 매장에서 안내문을 보았다. "오늘부터 상품 가격을 10% 인상합니다."

 

질문 5. 없어서 못팔 정도로 한참 뜨고있는 신규 브랜드 매장에서 안내문을 보았다. "10% 할인 이벤트를 종료하고 오늘부터 정가로 판매합니다."

 

질문 6. 한 기업이 적은 규모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기업이 위치한 지역은 현재 실업률이 상당히 높고 인플레이션은 없는 상태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기업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그 해에 이 기업은 직원들의 임금을 7% 삭감하기로 했다. 

 

질문 7. 한 기업이 적은 규모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기업이 위치한 지역은 현재 실업률이 상당히 높고 인플레이션은 12% 에 이른다. 그 해에 이 기업은 직원들의 임금을 5% 인상하기로 했다. 

 

질문 8. 어떤 가게에 6개월 일한 직원이 있는데, 시간당 9달러를 받고 있다. 그러던 중 경기가 안좋아서 실업자가 많아졌다. 이제 다른 가게들은 직원을 시간당 7달러에 고용했고, 그들이 일하는 수준은 9달러를 받는 직원과 비슷하다. 그러자 그 가게의 주인이 직원의 임금을 7달러로 내렸다.

 

질문 9. 위 질문 8 에 나왔던 아까 그 가게에서 주인이 임금을 내리겠다고 말하기 전에 직원이 먼저 개인 사정으로 그만 두었다. 가게 주인은 그 후 다른 경력직 직원을 시간당 7달러로 고용했다. 

 

공정함이란 상대적이며, 합리적인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이콘은 공정함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 손실이냐 본전이냐 이익이냐의 기준은 기존의 상태나 위치다. 일종의 소유 효과로, 사람들은 익숙한 기존의 조건에 권리를 갖고 있다고 느끼며, 거기서 퇴보하는 것은 손실로 여겨진다. 수요는 때때로 자유가 아닌 강요된 것일 수도 있다. 독점적인 공급자가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단지 그럴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이유로 가격을 올리는 것은 수요자에게 비용이 아니라 강요된 손실로 느껴진다. 특히 불의의 불행에 희생된 사람들은 또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돈벌이 기회로 착취당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간혹 손실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점은 교묘한 속임수로 바꿀 수도 있다. 그래서 너무 정직한 장사꾼은 외면을 당하고 오히려 할인율로 장난을 치는 교활한 장사꾼이 더 인기가 많다. 이콘은 합리성과 시장 경제의 원리와 이상만 생각하며 가격의 공정함에 대한 논의 자체를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간들에게 그런 주장은 탐욕스러운 무리들이 자신들을 정당화하려는 수작으로 보인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이콘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점을 무시한 기업이나 가게들은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처절한 응징을 당하곤 한다. 합리적이지 못하고 감정에 휘둘리는 소비자를 계몽시켜 이콘으로 만들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기업들이 인간을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치는 내가 공급자인지 아니면 수요자인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리차드 탈러의 목록에는 사고파는 가격을 동일하게 매기지 않는 사례가 여럿 나온다.


사례1. 스탠리는 주말마다 잔디를 깎고 나서 항상 건초열에 시달린다. 나는 그에게 그냥 아이들에게 돈을 주고 시키라고 했다. 하지만 스탠리는 잔디 깎는 일에 10달러를 낭비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그럼 20달러를 받고 이웃집 잔디를 깎아줄 생각이 있는지 물었고, 그는 절대로 그러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사례2. 경제학과 학과장이자 와인 수집가인 리처드 로젯은 오래 전 10달러짜리 와인들을 사서 지하에 보관했는데, 그 가격이 지금은 100달러가 넘는다. 실제로 와인 상인 우디는 로젯의 와인을 시가대로 사겠다고 했다. 로젯은 기념일에 그 와인들을 꺼내마시고 있다. 그런데 그는 그런 와인을 100달러나 주고 사서 먹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 사례에서 스탠리는 잔디깎는 일이 10달러의 가치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그 일을 한다면 20달러 이상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인건비에 관련하여 타인의 노동은 하찮게 보면서 자신의 노동은 신성하게 여기는 모순되고 이기적인 태도는 아마 모든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와인 사례의 경우 탈러 자신도 사실은 그렇다고 고백했다. 똑같은 가격이지만 와인을 사서 먹는 건 돈이 아깝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와인을 까서 먹는 건 아깝지 않다고 여기는 것은 경제학자로서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이론일 뿐, 실생활에서는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자기도 30년묵은 와인을 돈 주고 살 생각은 없지만 특별한 날에는 기쁜 마음으로 오랫동안 먹지 않고 아껴두었던 비싼 빈티지 와인을 꺼내 먹는다고 한다.


리차드 탈러는 소유 효과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자신이 소유한 것에 더 큰 가치를 매기는 성향을 말한다. 어떤 물건을 소유했을 때의 기쁨보다 포기할 때의 고통이 더 크다면, 그것을 살 때보다 팔 때 더 큰 가격을 매길 것이다. 그 때문에 현상 유지 편향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일상적인 거래는 그렇지 않다. 물건을 파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상인들은 팔아야 할 물건에 정을 느끼거나 아까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한 여러가지 실험들 있다. 다음은 잭 네취와 존 신든의 실험이다.


실험1. 피실험자들을 무작위로 반으로 나누어 한 쪽에는 3달러를, 나머지에는 현금 50달러나 70달러 짜리 도서상품권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복권을 주었다. 다음으로 피실험자들에게 어떤 과제를 완성하도록 한 후, 선택권을 주었다. 3달러를 받은 집단은 그 돈으로 복권을 살 수 있었고, 복권을 받은 집단은 3달러를 받고 팔 수 있었다. 3달러나 복권을 무작위로 할당했지만, 두 집단 모두 자신이 가진 것을 그대로 가지는 것을 선택한 경우가 6~80 % 정도였다.

 

대니얼 카너먼과 잭 네취, 리차드 탈러는 토큰과 머그컵으로 소유효과 실험을 했다. 시장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기능하는지 입증하기 위한 실험 중 하나인 버넌 스미스의 실험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왔다고 한다.

 

실험2. 피실험자들 중 일부에게 무작위로 화폐 대용의 토큰을 나누어준다. 토큰은 실험이 끝나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데, 모든 피실험자들에게 토큰의 가치를 다르게 알려주었다. 예를 들어, 어떤 피실험자에게는 토큰을 1달러로 바꿀 수 있다고 알려주고, 또 다른 피실험자에게는 5달러로 바꿀 수 있다고 알려준 것이다. 그리고 피실험자들이 가상의 시장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여러 번 실험을 반복해도 결과는 비슷했다. 토큰을 적은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은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에게 팔았다. 예를 들어, 토근으로 1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들은 사람이 2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들은 사람에게 1.5달러를 받고 판 것이다. 그렇게 '시장의 마법' 이 작동하여 모든 거래가 끝난 시점에 토큰들은 더 큰 가치를 매긴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 있었다.

 

실험3. 위 실험과 같지만, 이번에는 토큰 대신 머그컵으로 실험을 했다. 실험을 진행하는 코넬 대학의 마크가 새겨진 머그컵이었는데, 당시 실제 가격은 6달러였다고 한다. 이 컵을 피실험자들 중 일부에게 무작위로 나누어주었고, 머그컵을 받은 피실험자는 판매자로, 머그컵을 받지 못한 피실험자는 구매자로 시장에 참여하여 거래하도록 했다. 대체로 판매자가 제시한 판매가가 구매자가 희망한 구매가보다 2배 비쌌다고 한다. 네 번 반복된 실험에서 판매자들은 평균 5.25 달러에 팔려고 했고, 구매자들은 평균 2.5달러에 사려고 했다. 이후 머그컵을 받지 못한 피실험자들에게 3.98 달러의 가격표가 붙은 볼펜을 주고 똑같이 실험을 했는데, 역시 마찬가지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희망하는 금액은 2배 가까이 차이났다고 한다. 

 

실험4. 위 실험3 을 변형한 것인데, 머그컵 시장에 판매자와 구매자 이외에 선택자 집단을 추가했다. 선택자는 머그컵을 받을 지 대신 돈을 받을 지 선택할 수 있었다. 이때 선택자 집단에게도 컵의 바람직한 가격을 제시하도록 했는데, 구매자 집단이 희망한 구매가와 거의 비슷했다. 사실 판매자와 선택자는 둘 다 머그컵을 받거나 돈을 받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점에서 똑같다. 차이가 있다면, 판매자는 선택자와 달리 머그컵을 잠깐이라도 실제로 소유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판매자는 선택자보다 머그컵의 가치를 두 배나 높게 매긴 것이다.

 

존 리스트도 비슷한 실험들을 했는데, 거래 경험이 쌓일수록 소유 효과는 약해졌다고 한다. 그 외에도 사람의 판단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상황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소유 효과와 관련하여 수백건의 실험과 논문이 이어졌지만, 그와 관련한 논쟁은 아직도 현재 진행중이라고 한다. 일부는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하고, 일부는 소유효과가 나타나거나 나타나지 않는 특정 상황이나 기준을 탐구하기도 한다. 탈러는 그러면서 그 많은 연구 중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머그컵이라며, 경제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이 실험을 위해 수천 개의 머그잔을 구매했으니 대학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을 만든 사람은 자신에게 밥이라도 사야할 것 같다고 했다.


소유 효과와 비슷한 것으로, 선호 역전에 대한 실험도 있다. 아래는 리히텐 슈타인과 폴 슬로빅의 실험이다. 피실험자들은 아래 두 가지의 내기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선택1. 97% 확률로 10달러 받기선택2. 37% 확률로 30달러 받기


피실험자 대부분은 확실한 이익을 좋아하기 때문에 1번을 선택했다. 이번에는 질문을 바꾸었다. 

질문1. 당신이 97% 확률로 10달러를 받을 수 있는 내기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팔 수 있다면 얼마에 팔겠습니까?
질문2. 당신이 37% 확률로 30달러를 받을 수 있는 내기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팔 수 있다면 얼마에 팔겠습니까?

피실험자 대부분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때는 확률이 더 높은 것을 가지겠다고 해놓고, 팔 때는 오히려 확률이 적지만 더 큰 돈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에 더 비싼 가격을 매겼다고 한다. 그러니까, 살 때는 1번 내기에 더 큰 가치를 매기지만, 팔 때는 2번 내기에 더 큰 가치를 매긴 셈이다. 실험실이 아니라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서 실제 돈을 가지고 연구를 했을 때도 동일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경제학 이론의 핵심 논리는 '분명한 선호' 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런 선호 역전 현상 이론은 경제학 이론 신봉자들에게는 '신성 모독' 으로 느껴질 정도여서, 실제로 많은 경제학자들은 소유 효과나 선호 역전 현상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 의 원제는 <Thinking, Fast And Slow> 이다.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사고 체계를 빠르게 생각하는 시스템1과 느리게 생각하는 시스템2 로 표현한다. 직관적 생각와 신중한 생각, 본능과 이성 등 여러가지로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성격이 다른 생각의 두 가지 방식에 대해 오래 전부터 철학자들이나 사상가들이 다양한 용어를 만들어서 추상적인 개념으로 얘기해왔다면, 현대 뇌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를 연구하여 여러 부위로 나누어 본능, 마음, 느낌, 지각, 기억, 생각 등 인간의 온갖 정신적 육체적 활동들을 각각 담당하는 부분이 어디이고 어떤 종류의 호르몬이나 분비물이 그 부분을 활성화 시키거나 둔감하게 만드는지를 밝혀내며 구체적인 물리, 화학 작용과 진화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약물이 아니더라도 의식적인 노력으로 뇌 활동을 조정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인간의 주체할 수 없는 감정 때문에 생기는 각종 공포증과 우울증도 심하지 않은 경우라면 의도적인 연습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들이 있다. 

 

주로 시스템1의 영향이 큰 직관의 오류와 인지 편향도 연습으로 고칠 수 있을까? 불확실한 조건에서 판단할 때의 실수와 오류과 관련된 것 중 기저율 무시 오류나 결합 오류는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먼저 유명한 린다 문제를 보자.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이 고안하여 학생들을 상대로 실험한 것이라고 한다.

 

린다는 31세의 미혼 여성으로, 직설적이고 아주 똑똑하다. 철학을 전공했다. 학생 때는 차별과 사회 정의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반핵 시위에도 참여했다. 린다는 다음 중 어떤 사람일지 순위를 매겨보자.

 

1. 초등학교 교사다.

2. 서점에서 일하고, 요가 수업을 듣는다.

3. 여성운동에 적극적이다.

4. 정신보건 사회복지사다.

5. 여성유권자동맹 회원이다.

6. 은행 창구 직원이다.

7. 보험 영업사원이다.

8. 은행 창구 직원이고, 여성운동에 적극적이다.

 

위 보기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는데, 6번보다 8번을 더 높은 순위에 올려놓은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논리적으로 8번은 6번에 포함되어있는 집단이기 때문에 린다는 확률상 8번보다 6번일 확률이 더 높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어진 추가 실험들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는 확률, 통계, 결정론에 관한 고급 과정 수업을 듣는 학생들조차 85%가 6번보다 8번에 더 높은 순위를 매겼다. 나중에는 질문을 다음과 같이 단순화했다.

둘 중 어느 경우가 더 흔하겠는가?

 

1. 린다는 은행 창구 직원이다.

2. 린다는 은행 창구 직원이고, 여성운동에 적극적이다.

 

이번에도 주요 대학 여러 곳에서 학부생의 85~90% 정도가 2번을 골랐다고 한다. 머리 한쪽에서는 "린다가 그냥 평범한 은행 창구 직원일 리가 없어! 잘 봐봐! 저런 사람이 어떻게 여성운동에 무관심할 수 있겠냐구!" 하게되어 결국 논리를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혼혈아는 다 외모가 뛰어나다는 생각이 드는가? 이 세상의 혼혈아들 중 몇 명이나 TV 에 나오는 지 생각해보자. 여기저기 넘쳐나는 오류와 편향 사례를들 보면 인간의 직관은 정말 형편없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다음 질문에 하나씩 답해보자.

 

질문1. 발생할 확률이 1000분의 1인 어떤 질병을 진단하는 검사법이 있다. 이 검사법은 실제 병에 걸린 사람을 100% 정확히 진단하지만, 거짓 양성 비율이 5% 이다. 즉, 실제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 중 5% 는 오진하여 양성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검사한 결과 양성으로 나왔다면, 실제 그 병에 걸렸을 확률은 얼마인가? 

 

질문2. 1000명 중 1명이 걸리는 어떤 질병을 진단하는 검사법이 있다. 실제 병에 걸린 사람은 모두 정확히 양성 결과가 나온다. 그러나 실제 병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사람도 오진하여 양성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 빈도는 1000명 중 50명 정도이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할 때, 무작위로 1000 명을 뽑은 사람들을 검사하여 양성 결과가 나온 사람 중에 실제 그 병에 걸린 사람은 몇 명일까? 

 

두 질문 모두 정답은 2% 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정답을 맞춘 비율은 다르다. 1번 질문에서는 전문가들도 정답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하버드 의과대학 전문가들을 표본으로 조사한 결과 정답을 맞춘 비율은 18%에 불과했고, 45% 정도는 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온 사람이 실제 병에 걸릴 확률을 95% 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2번 질문에서는 정답을 맞춘 비율이 극적으로 높아진다고 한다. 아마 1번 질문에서는 확률 계산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 사람도 2번 질문에서는 금방 답을 했을 지도 모른다. 주어진 정보에 따르면 1000명 중 50명 정도는 양성 판정이 나온다. 그런데 실제로 병에 걸리는 사람은 1000명 중 1명 꼴이다. 그러므로 대충 생각해도 양성 판정 50명 중 1명이 실제 병에 걸린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답은 약 2% 이다. 두 질문 모두 표현 방법이 달랐을 뿐, 주어진 정보는 동일하다. 하지만 확률로 표현한 1번 질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틀렸지만, 빈도로 표현한 2번 질문에서는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정답을 맞췄다. 추가적인 실험에 의하면, 빈도 정보와 함께 시각적 형식의 그림을 제시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정답을 맞춘다고 한다.

 

<진화 심리학> 에서는 생존과 번식을 위한 적응 진화의 결과인 '생태적 합리성' 이라는 이론으로 인간의 인지 기제 특징을 설명한다. 긴 진화 시간에 걸쳐 인류가 살아온 환경에는 어떤 통계적 규칙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지 기제는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는 반면, 현대 생활의 인공적이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서투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단일 사건의 확률에 대한 수치적 표현과 판단은 오랜 기간 진화해온 인간의 인지 기제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은 사건 발생의 추상적인 확률보다는 구체적인 빈도를 기억하고 계산하는 것에 더 익숙하다. 똑같은 문제라도 익숙한 방식보다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당연히 더 멍청해지지 않겠는가?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나트륨등 불빛 아래서 색깔을 제대로 판별하지 못한다고 해서 가시광선에 특화되어있는 인간의 시각계가 오류로 넘친다고 말할 수 없듯이, 인간의 문제 해결 능력이 형편없어 보이는 것은 제시된 문제의 표현 방식과 무관하지 않으며, 수많은 인지 오류와 편향 이론들은 과장되었다는 주장이다. 물론 그런 오류와 편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인류의 생존을 가능케 해준 진화 과정의 선택 적응으로 설명한다.

 

보통 사람들은 일반적인 사실에서 구체적인 사실을 추론하는 것보다, 반대로 구체적인 사실에서 일반적인 사실을 추론하는 것을 잘 한다. 그래서 명백하게 드러난 통계적인 사실보다 자신이나 주위 사람들의 경험이나 일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확률보다 빈도로 표현할 때 문제를 더 잘 해결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빈도는 구체적인 개인을 상상하거나 생각나게 하기 때문에 문제를 더 잘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확률 문제를 빈도 문제로 바꾸어서 표현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생생한 묘사는 강한 인상을 남겨 그것이 더 커보이게 한다. 특히 사람은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 어떤 문제를 위험이나 손실의 틀에서 빈도 관점으로 바라보면 감정에 휩싸여 더 똑똑해지는 게 아니라 더 멍청해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데니얼 카너먼은 폴 슬로빅을 따라 '분모 무시' 라고 부르는데, 어떤 사례에 대한 기억이 쉽게 떠오를수록 그 범주를 더 크다고 판단하는 '회상 용이성' 과 비슷하기도 하다. 기미히코 야마기시는 확률로 표현된 자료를 접한 집단과 빈도로 표현된 자료를 접한 집단의 반응을 비교했는데, "1만명 당 1286 명이 사망하는 질병" 이라는 정보를 얻는 집단이 "전체 인구 중 24.14% 가 사망하는 질병" 이라는 정보를 얻은 집단보다 그 질병을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1만명당 1286명이 사망하는 질병" 과 "100명당 24.4명이 사망하는 질병" 으로 표현을 살짝 바꾸었는데, 그 경우에도 전자의 표현을 접한 집단이 그 질병을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두 가지를 직접 비교하라고 하면 대부분 정확히 판단하겠지만, 실제 우리 삶은 그렇지 않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같은 문제도 사안에 따라 확률로 표현하기도 하고 빈도로 표현하기도 한다. 빈도로 표현할 때도 그 기준이 되는 크기를 크게 잡기도 하고 작게 잡기도 한다. 어떤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관련 정보가 제시된다면 상대가 어떤 꿍꿍이가 있는지 의심해보며 확률과 빈도로 표현을 여러가지로 바꾸어봐서 그 느낌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노련한 법률가나 의사도 의사 결정을 할 때 필요한 근거 자료의 표현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사람들이 추상적인 논리와 추론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또 다른 실험이 있다. 1960년대 Peter Cathcart Wason 이라는 심리학자가 고안한 Wason Selection Task 또는 Four Cart Problem 이라는 문제가 있다. 몇가지 버전이 있는데 아래는 그 중 하나다. 카드가 네 장 있다. 되도록 적은 횟수를 뒤집어서 "한 면에 모음이 적힌 카드의 다른 면에는 항상 짝수가 있다" 는 주장이 진실인지 확인해야 한다. 어떤 카드들을 뒤집어야 할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카드는 A 이고, 그 다음에 순서대로 2, 3, B 였다고 한다. 정답은 아래와 같다.

 

  • A 카드 - 이 카드는 반드시 뒤집어야 한다. 다른 면이 홀수가 나오면 주장이 틀린 것이기 때문이다. 
  • 2 카드 - 이 카드는 뒤집을 필요가 없다. 반대편에 모음이 아닌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장이 틀린 것이 아니다.
  • 3 카드 - 이 카드는 뒤집어야 한다. 반대면에 모음이 있으면 주장이 틀린 것이기 때문이다.
  • B 카드 - 이 카드도 뒤집어야 한다. 문제에서는 반드시 카드 한 쪽에는 문자가 있고 다른 쪽에는 숫자가 있다는 조건을 명시하지 않았다. 양면 모두 문자일 수도 있고 모두 숫자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뒤에 모음이 있을 수 있으므로 뒤집어봐야 한다. 그런데 문제를 접한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한 쪽은 문자고 다른 쪽은 숫자가 있다는 조건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가장 선택을 받지 못했다. 아마 문제에서 명시적으로 그런 조건을 제시했다면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A 가 가장 많이 선택된 것은 당연한 것인데, 뒤집을 필요가 없는 2 번을 그 다음으로 많이 선택했고 뒤집어야 할 3 번을 그보다 적게 선택했다는 것은, 사람들이 어떤 주장을 반박하는 증거보다 이를 확인해주는 증거를 찾으려는 성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확증 편향' 이다. <진화 심리학> 에서는 이 문제를 다르게 바라본다. 경찰인 당신이 술집 단속을 나왔다. "21세 이상이 되어야 술을 마실 수 있다." 는 규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음 네 명의 사람들이 있는데, 당신은 나이와 무엇을 마시는지 둘 중 하나만 알고 있다. 어떤 사람을 조사해야 할까?

 

 

이 문제는 카드 문제와는 달리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정확히 판단한다. 맥주를 마시는 사람과 16세인 사람 두 명을 조사하면 된다. 25세인 사람을 굳이 조사해볼 필요가 없다. 이 문제는 카드 문제에서 한 쪽에는 문자가 있고 다른 쪽에는 숫자가 있다는 조건만 추가한다면 논리적으로는 해결하는 방식이 똑같은 문제다. 하지만 확증 편향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들은 학교에서 수학이나 철학 등 여러 교과 과정을 배우며 명제와 대우 등 논리적인 판단과 증명을 위한 개념을 익힌다. 카드 문제의 경우는 기억을 더듬어가며 학교에서 배웠던 그런 논리 규칙을 동원하여 풀지 않으면 실수하기 쉽다. 하지만 똑같은 문제임에도 미성년자 음주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굳이 논리 따위를 들이대지 않아도 아주 재빠르게 정확히 판단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이 역시 진화로 설명한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 동료와 적을 구분하고 교활한 사기꾼을 간파하기 위한 감각과 능력을 발달시켜야 했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인지 기제와 구조는 사회 계약에 얽힌 규칙과 관련된 문제들을 정확하게 추론하도록 설계되었는데, 반면 상대적으로 추상적인 문제 해결에는 취약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인지 오류와 편향의 증거들이 넘쳐나는데도 불구하고 직관의 힘을 믿는 심리학자들도 많다. 게리 클라인은 전문가들이 직관을 어떻게 개발하고 발휘하는지 연구한 <인튜이션> 에서 주방에 불이 난 집에 진입한 소방관 이야기를 사례로 들었다. 호스로 불을 끄기 시작한 직후 지휘관은 자기도 모르게 "전원 철수!" 를 외졌다. 그리고 소방관들이 빠져나가기 무섭게 바닥이 무너져 내렸다. 그제야 지휘관은 불길이 평소와 달리 유난히 조용했고, 귀가 뜨거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그의 육감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큰 불길은 주방이 아니라 소방관들이 서 있던 바닥 바로 밑 지하실에서 번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외에도 체스 선수, 노련한 의사 등 직관의 놀라운 힘이 드러나는 일은 많다.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도 우리는 다른 사람의 표정이나 분위기에서 기분을 감지하는 등 눈치를 발휘하기도 한다. 대니얼 카너먼은 게리 클라인과 함께 공동 논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이른바 '적대적 협력' 으로, 의견이 다른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논문을 쓰거나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작업인데, 그 논문 제목이 <직관적 전문성의 조건 : 이견을 내지 못한 연구> 였다. 

 

대니얼 카너먼과 게리 클라인은 직관에 대한 견해를 갖게 된 초기 경험이 달랐다고 한다. 카너먼은 직관의 오류를 위주로 관찰하면서 직관이 실수하는 과정과 이유를 설명하고자 하는 회의적인 관점을, 클라인은 소방 지휘관을 연구하면서 직관이 문제를 해결하는 놀라운 힘이 작동하는 방식을 설명하고자 하는 신뢰와 존중의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클라인은 '재인 기반 결정' 모델 이론을 만들었는데, 여기서 재인은 어떤 대상을 과거에 보았거나 접촉했던 경험을 기억해내는 인지 행위를 뜻한다. 직관이란 상황에 숨어있는 신호를 알아채고 그와 관련된 기억으로부터 답을 얻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두 사람은 마침내 직관에 대한 의견이 다른 이유가 서로 다른 유형의 전문가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클라인은 소방 지휘관, 임상 간호사 같은 전문가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고, 카너먼은 임상의, 주식을 선별하는 사람 등 장기 전망을 내놓는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직관적인 판단이 착각이 아니라 진정한 전문성이 담겨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가 따로 있을까? 이에 대해 카너먼은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하며 모두 충족될 때는 직관도 능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첫째, 주변 환경이 대단히 규칙적이어서 예측이 가능할 때. 
  • 둘째, 오랜 연습으로 그 규칙성을 익힐 수 있을 때. 

 

그러니까 일정한 규칙이 없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직관은 신뢰할만하지 않다는 얘기다. 연습과 학습과 관련하여 또 중요한 점은, 오랜 시간이 능력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피드백의 질과 속도가 더욱 중요하다. 빠르고 정확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면 그만큼 더욱 빠르게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그러나 결과를 확인하고 확신하기 위해서 긴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 만큼 피드백을 얻고 다양한 경험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예를 들어 마취 전문의는 효과를 금방 확인할 수 있지만, 방사선 전문의는 자기가 내린 진단의 정확도와 자기가 발견하지 못한 병리 현상에 관한 정보를 거의 얻지 못한다. 따라서 유용한 직관력을 발전시키기에는 방사선 전문의보다 마취 전문의가 더 유리하다. 장기적인 예측은 양질의 경험과 학습의 기회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먼 미래에 대한 직관은 신뢰할만하지 않다는 얘기다.

 

<생각에 관한 생각> 의 마지막 5부에서는 경험과 기억으로 나누어지는 두 자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역시 생각해볼만한 주제이다. 수면 내시경이 일반화되지 않았던 시절 내시경 검사를 받는 환자들을 1분마다 고통을 느끼는 정도를 0 에서 10 까지 수치로 보고하도록 하여 수집한 자료를 연구한 것이 있는데, 총 154명의 환자 중 가장 빨리 끝난 경우는 4분이고 가장 오래 걸린 경우는 69분이었다. 내시경 검사가 끝난 후 환자들에게 고통의 총합을 물었다. 그런데 환자들은 고통 전체를 회고하지 않았다. 다른 유형의 실험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견되었는데, 사람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것과 나중에 기억하는 것의 차이는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 정점과 종점 원칙 : 환자들이 회고하는 전체 평가를 가장 정확히 예측하는 수치는 최악의 순간에 보고한 고통과 검사가 끝날 때에 보고한 고통의 평균이었다.
  • 지속 시간 무시 : 검사가 지속된 시간은 전체 고통 평가에 어떤 식으로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내시검 검사 실험에서 환자 A는 8분, B는 24분 검사가 지속되었다. 두 환자가 매긴 최악의 고통 점수는 똑같이 8점이었지만, 검사가 끝기 전 마지막에 매긴 고통 점수는 A 환자가 7점, B 환자는 1점에 그쳤다. 정점과 종점의 평균은 A 환자가 7.5점, B 환자가 4.5 점인데, 실제로도 A 환자가 B 환자보다 검사 지속 시간이 훨씬 적었기 때문에 고통의 총량도 그만큼 적었지만 오히려 더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므로 고통을 갑자기 완화하는 것보다 일부러 서서히 완화하여 나중에 약한 고통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나중의 기억과 기분을 위해서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예는 얼마든지 생각해볼 수 있다. 정점과 종점 원칙이라고 했지만, 사람들은 마지막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상대방이 평소에 잘하다가 마지막에 실수하면 그 사람에 대한 기억과 느낌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평소에는 별로였지만 마지막에 잘하면 그 사람에 대해 잘못 생각해왔다는 둥 하면서 호감을 가질 수도 있다. 중간 과정은 매우 강한 인상을 남긴 사건이 아니라면 기억이 잘 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경험과 기억을 착각한다.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에 대한 이런 이야기들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심리학자 에드 디너와 그의 제자들은 지속 시간 무시와 정점과 종점 무시 원칙이 삶 전체에 대한 평가도 지배하는지 궁금했다. 그들은 실험에서 젠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만들어 그의 삶을 짧게 묘사한 것을 피실험자들에게 제시한 후 젠의 삶의 가치와 행복 또는 불행이 어느 정도일지 평가하게 했다.

 

이야기1. 젠은 결혼한 적도 없고 아이도 없지만, 일을 즐기고 휴가도 떠나고 친구를 만나거나 취미를 즐기며 30년 평생 대단히 행복하게 살았지만, 30세에 어느 날 교통사고로 고통없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이야기2. 젠은 결혼한 적도 없고 아이도 없지만, 일을 즐기고 휴가도 떠나고 친구를 만나거나 취미를 즐기며 30년을 대단히 행복하게 살았지만, 이후 5년 정도는 그 전만큼 행복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35세에 어느 날 교통사고로 고통없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실험 결과, 젠의 삶이 60세나 65세로 두 배나 길어져도 그 삶의 가치와 행복을 판단하는 것에는 별로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그런데 5년 정도 약간 덜 행복한 삶을 더 사는 경우 오히려 전체 삶의 행복을 더 낮게 평가했다. 사실 원래 이 실험은 피실험자들에게 둘 중 하나의 이야기만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카너먼이 두 가지 이야기를 모두 보여주고 연이어 판단하게 해보라고 연구자들을 다그쳤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한 실험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두 가지 삶을 연이어 평가할 때도 덤으로 덜 행복한 5년의 삶이 추가되면 오히려 전체 삶을 더 낮게 평가했다. 더 나이가 많은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이런 실험을 반박하는 증거로 노동의 고통과 휴가의 이로움을 거론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너먼은 노동이나 휴가의 경우 마지막 순간의 질이 총 지속 시간에 따라 일관적이고 점진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결국 경험을 기억하는 자아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경험하는 상황이 점진적으로 악화 또는 개선되느냐, 특히 마지막 순간에 어떤 기분이 드느냐, 그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두 자아에 대한 여러가지 연구들을 본다면, 매일 매일 느끼는 불행이나 행복의 감정이 수십년 후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때 느끼는 것과 꼭 일치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남들이 볼 때는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하게 살았을 것만 같은데, 정작 그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남들이 볼 때는 고통과 불행의 느낌이 지배하는 순간이 훨씬 더 많은 삶을 살았을 것 같은데, 그 사람은 오히려 보람있었다거나 스스로를 강하게 해주었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어쩌면, 행복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보다,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한지 아닌지 평가할 때 어떤 기억이나 생각을 떠올리고 근거로 삼는가를 물어보는 게 순서일 지도 모른다.

 

자기 삶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고 행복하게 느끼는 지는 쉬운 질문이 아니다. 지금까지 어떤 느낌을 경험하며 살았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장래에 얼마나 희망이 있는 지, 그 외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가치관 등 매우 복잡한 생각과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에 금방 대답을 하곤 한다. 그런데 어떻게 그 어려운 질문을 그렇게 빨리 대답할 수 있을까? 삶 전반을 되돌아보고 평가하는 대신 몇 가지 떠오르는 대표적인 생각들을 바탕으로 대답을 하는 것일 수 있다. 그에 대해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학생들에게 "요즘 얼마나 행복한가?" 에 대한 질문에 앞서 지난 달에 데이트를 몇 번 했는지 먼저 질문할 경우 데이트 횟수를 기준으로 행복 여부를 답했다는 연구가 있는가 하면, 행복에 대한 설문을 시작하기 전에 우연히 동전을 줍도록 사소한 행운을 조작한 집단의 사람들이 삶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를 더 높게 평가했다는 연구도 있다. 

 

물론 방금 전의 기분이 자기 삶이 얼마나 행복한가에 대한 평가에 사소한 영향을 끼칠 수는 있어도 좌우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최근에 일어났거나 곧 일어날 중요한 일들이나, 장기적으로 반복되는 관심사, 중요한 성취, 뼈아픈 실패 등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어떤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것을 기준으로 행복과 불행을 말했지만, 나중에는 그것이 생각했던 것만큼 별로 중요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행복에 대해 또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체감 행복 연구에 의하면 결혼을 앞두고 있을 때 가장 행복을 느끼지만, 그 이후 행복감은 그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것을 근거로 결혼은 불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결혼이 불행한 게 아니라 결혼 직전에 지나치게 들뜬 행복을 느꼈다는 것이 더 맞는 얘기일 지도 모른다. 한편, 행복한 경험보다는 불행한 경험이 기억에 강하게 남아서 그 이후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매우 불행한 사건으로 평생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하반신 불구의 불행을 겪은 사람들을 연구한 바에 따르면, 믿기는 힘들지만 장애 없이 건강한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과 큰 차이는 없다고 한다. 

 

무엇이 행복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과 생각이 있고 종종 논쟁거리가 되기도 한다. 욕심부리지 않고 만족할 줄 아는 마음가짐은 자주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다. 그 외 흥미로운 주제 중에는 지금 당장 오늘을 즐길 것이냐, 아니면 오늘을 포기하고 미래를 위해 준비할 것이냐에 대한 물음이 있다. 오래 전 추억 속 소설인 <죽은 시인의 사회> 의 기억과 함께 "카르페디엠" 이라는 말 역시 아직도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의 두 자아가 있고, 실제 경험은 쉽게 잊혀지거나 조작되며, 나중에 삶을 되돌아 볼 때 자신이 행복했는지 불행했는지 평가하는 것은 기억하는 자아라는 연구 결과를 본다면,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 더 나을 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오늘의 감정이 행복하든 불행하든 어차피 나중에는 기억도 못할테니까! 아, 잠깐, 근데 미래를 위해 열심히 준비해서 목표를 이루었지만 정작 그 때 가서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어서 행복한 느낌이 안들면 어쩌지? 이런, 결국 또 원점이다.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을 지도 모른다. 개인차가 있는 것이니까. 밥을 먹을 때 가장 맛있는 반찬을 먼저 먹어치워 버리는가, 아니면 마지막 한 입까지 아껴두었다가 먹는가? 굵고 짧게 살고싶은 사람도 있고 얇고 길게 살고싶은 사람도 있다. 행복은 무엇인가 보다는 왜 사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다. 사람은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가? 행복이 삶의 목표이고 이유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처럼, 사람은 평소에는 삶의 질이나 가치와 행복 운운하더라도 막상 죽을 때가 되면 어떻게 되든 조금이라도 더 살고싶어지는 법이다. 어쩌면 마지막에 단 몇일밖에 안되더라도 이전보다 더 나은 시간을 보내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미련일 수도 있고, 그 미련이나 후회를 정리하려는 미련일 수도 있겠다. 영화에서 보듯이 마지막 순간에 "아, 지금까지 힘든 일도 많았지만 이 정도면 행복하게 살았어! 이만 가볼께!" 하면서 쿨하게 죽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어쩌면 사람들은 미련 때문에 사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미련은 명확한 목표와 성취감이 없으면 항상 남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죽음의 순간에 미련없이 죽으려면 어떻게 살 것인가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목표가 더 뚜렷해야 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있고, 그렇게 죽을 수 있다면, 죽는 순간에 미련없이 죽을 수 있고, 그 순간에 기억하는 자아가 떠올리는 마지막 기억은 행복한 기억일테니 그 삶도 행복한 삶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도 중요하지만, 가끔씩은 어떻게 해야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 미련없이 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일이다. 물론 플랜B 가 필요할테지만. 혹시 모르니까 플랜C 도..


● 생각에 관한 생각 목차

 

머리말

책을 쓴 동기

이제까지의 연구 성과

이 책에서 다룰 내용

1부. 두 시스템 Two Systems

1장. 등장인물

두 시스템

줄거리

갈등

착각

유용한 허구 인물 설정

2장. 주목과 노력

정신적 노력

3장. 게으른 통제자

바쁘고 고갈된 시스템 2

게으른 시스템 2

지능, 통제, 합리성

4장. 연상 작용

점화 효과의 경이로움

행동을 좌우하는 점화 효과

5장. 인지적 편안함

기억 착각

진실 착각

설득력 있는 글쓰기 요령

인지적 압박과 노력

인지적 편안함이 주는 즐거움

편안함, 기분, 직관

6장. 정상, 놀람, 원인

정상 판단하기

원인과 의도 파악하기

7장. 속단

모호성 방치와 의심 억제

믿고 확신하는 편향

과장된 감정 일관성(후광효과)

보이는 것이 전부다

8장. 판단이 내려지는 과정

기초 평가

집합과 원형

세기(강도) 짝짓기

머릿속 산탄총

9장. 더 쉬운 문제에 답하기

문제 바꿔치기

3차원 어림짐작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기분 어림짐작

감정 어림짐작

2부. 어림짐작과 편향 Heuristics and Biases

10장. 소수법칙

소수 법칙

의심보다 신뢰를 편애하는 편향

원인과 우연

11장. 기준점 효과

조정으로서의 기준점 효과

점화 효과로서의 기준점 효과

기준점 지수

기준점의 사용과 오남용

기준점 효과와 두 시스템

12장. 회상 용이성의 과학

회상 용이성의 심리

13장. 회상 용이성, 감정, 잠재적 위험

회상 용이성과 감정

일반인과 전문가

14장. 통 W의 전공

대표성에 기댄 예측

대표성의 과오

직관을 훈련하는 법

15장. 린다 : 적은 게 많은 것이다

적은 게 많은 것이고, 더러는 공동평가 때도 그렇다

16장. 인과관계는 통계를 이긴다

인과관계의 전형성

인과관계 상황

심리는 학습될 수 있는가?

17장. 평균 회귀

실력과 운

회귀 이해하기

18장. 직관적 예측 길들이기

비회귀 직관

직관적 예측 수정하기

극단적 예측 변호하기?

회귀를 바라보는 두 시스템의 시각

3부. 과신 OverCenfidences

19장. 이해 착각

사후 판단의 사회적 비용

성공 제조법

20장. 타당성 착각

타당성 착각

주식 선별에서 능력 착각

능력 착각과 타당성 착각의 근거는 무엇인가?

전문가의 착각

전문가 잘못이 아니라 세상이 복잡한 탓

21장. 직관 대 공식

알고리즘에 대한 적대감

밀에게 배우는 교훈

공식 응용하기

22장. 전문가의 직관 : 언제 신뢰해야 할까?

경이로움과 허점

재인으로서의 직관

능력 습득하기

능력이 발휘되는 환경

피드백과 실행

타당성 평가

23장. 외부 관점

내부 관점에 끌리는 성향

계획 오류

계획 오류 줄이기

결정과 오류

검증 부재

24장. 자본주의의 동력

낙관주의자

사업가의 망상

경쟁 간과

과신

실패 사전 점검 : 부분 치료

4부. 선택 Choices

25장. 베르누이 오류

26장. 전망 이론

손실 회피

전망 이론의 사각지대

27장. 소유 효과

소유 효과

전문 거래인처럼 생각하기

28장. 나쁜 사건

부정성 지배

목표가 되는 준거점

현상 유지

법에 나타난 손실 회피

29장. 네 갈래 유형

확률 변화

알레의 역설

결정 가중치

네 갈래 유형

법의 이면에서 도박하기

30장. 드문 사건

과대평가와 과대 가중치

생생한 결과

생생한 확률

전반적 인상에 기초한 결정

31장. 위험관리 정책

넓은 틀짜기와 좁은 틀짜기

새뮤얼슨의 문제

위험관리 정책

32장. 심리적 계좌

심리적 계좌

후회

책임

33장. 역전

경제학에 대한 도전

범주

부당한 역전

34장. 틀과 사실

감정 틀짜기

공허한 직관

좋은 틀

5부. 두 자아 Two Selves

35장. 두 자아

경험 효용

경험과 기억

어떤 자아가 중요할까?

본능 대 합리성

36장. 이야기로서의 삶

기억상실증 환자의 휴가

37장. 체감 행복

38장. 삶을 돌아볼 때

주목 착각

시간, 그리고 다시 시간

결론

두 자아

이콘과 인간

두 시스템

부록 A : 아모스 트버스키, 대니얼 카너먼 1974년 <사이언스> 논문 :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판단

부록 B : 아모스 트버스키, 대니얼 카너먼 1984년 <American Psychologist> 논문 : 선택, 가치. 틀짜기


●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 행동 경제학과 넛지를 이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

들어가며 : 시간을 거슬러, 행동 경제학 여행을 하기에 앞서

아모스 트버스키를 위하여

대니얼 카너먼이 인정한, 나의 최고의 장점

I. 행동 경제학, 긴 여정의 시작 1970 ~ 1978

1. 상상 속의 인간, 당신은 '이콘' 입니까? : 경제학에 '인간'을 추가해야 하는 이유

2. 가질 때의 기쁨, 잃을 때의 고통, 무엇이 더 클까? : 소유 효과의 비밀

3. 버락 오바마? 나는 당선될 줄 알았다니까! : 사후 판단 편향

4. 대니얼 카너먼, 노벨 경제학상 수상 논문의 비밀 : 가치 이론과 운명의 그래프

5. 이콘이 아닌, 살아있는 인간에 주목하다 : 캘리포니아 드리밍

6. 전통 경제학자의 4가지 무기에 대한 반박 : 최적화 모형과 현실 사이

II. 심리 계좌 : 가정 경제와 행동 심리 1979 ~ 1985

7. 메이시 백화점의 정직한 가격 정책은 왜 실패했을까 : 할인 쿠폰과 거래 효용

8. 새 구두에 뒤꿈치가 까여도 벗을 수 없는 이유 : 매몰비용 효과

9. 생활비 따로? 교육비 따로? 돈에는 꼬리표가 붙어있지 않다 : 예산과 유리병

10. 평범한 사람이 막판에 극단적인 투자를 하는 심리 : 포커 게임과 하우스 머니 효과

III. 자기 통제 : 현재와 미래 사이의 선택 1975 ~ 1988

11. 미래 소비에 대한 할인은 오류인가 : 시점간 선택

12. 오디세우스와 사이렌, 그리고 서약 전략 : 계획가-행동가 모형

쉬어가기

13. 심리 계좌와 자기통제로 기업을 살리다 : GM과 그릭픽의 성공

IV. 공정함이란 무엇일까 1984 ~ 1985

14. 소비자는 기업의 어떤 형태에 분노하는가 : 퍼스트 시카고 은행과 코카콜라의 실패

15. 경제학자가 농부들에게 배워야 할 것 : 죄수의 딜레마와 공공재 게임

16. 복권과 3달러 중 무엇을 갖겠습니까 : 소유 효과와 현상 유지 편향

V. 경제학과 심리학이 만날 때 1986 ~ 1994

17. 기업이 배당금을 지급하는 게 말이 되는 이유 : 행동주의 vs 합리주의

18.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사실은 대단히 중요하다 : 경제학을 비껴간, 예외적 현상들

19. 괴짜 집단의 학문에서 주류 경제학으로 : 러셀 세이지 여름 캠프

20. 대표님, 그렇게 위험한 투자는 하고 싶지 않아요! : 멍청한 주인과 위험,손실 회피 성향

VI. 금융 시장에서 행동 편향이 중요한 이유 1983 ~ 2003

21. 주식 투자는 미인 선발 대화와 같다 : 효율적 시장 가설과 야성적 충동

22. 주식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과잉 반응하는가 : 벤저민 그레이엄의 PER

23. 가치주의 높은 수익률은 어떻게 설명할까 : 위험 vs 과잉 반응, CAMP 의 사망

24. 일물일가의 원칙 - 가격의 정당성에 대해 : 로버트 실러의 비이성적 과열

25. 폐쇄형 펀드에 관한 4가지 퍼즐 : 할인 혹은 프리미엄

26. 시장은 덧셈과 뺄셈을 할 줄 아는가 : 팜-쓰리콤 주식에 대한 기묘한 이야기

VII. 시카고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995 ~ 현재

27. 법경제학 컨퍼런스에서 일으킨 반역 : 코즈 정리와 개입주의

28. 똑똑한 경제학자들이 저지른, 멍청한 행동 : 시카고 교수들의 사무실 고르기 대소동

29. 치열한 스카우트 시장에서 인재를 데려오는 경제학적 방법 : 베컴의 추측과 미식축구 이야기

30. 엄청난 거액이 오갈 때 인간은 합리적인가, 행동 편향적인가 : 500만 유로 게임과 경로 의존성

VIII. 행동 경제학을 더 활용하고 싶다면 2004 ~ 현재

31. 저절로 저축률이 오르는 디폴트 옵션의 힘 : 자기통제 연구와 퇴직연금

32. 스스로 결정할 권리와 자유주의적 개입주의 : 공공정책과 넛지

33. 오늘 넛지를 경험하셨나요? : 영국의 넛지 열풍

나오며 : 그 다음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