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들은 궁금한 게 참 많다. 이게 뭐에요? 저건 뭐에요? 그건 왜 그래요? 왜 안되요? 왜요?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계속 물어보는 탐구자. 그들에게 의심이란 것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가지게 되는 공통된 질문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 산타 할아버지는 진짜로 있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산타 할아버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꽤나 일찍 깨닫게 된다. 일곱살 때쯤인 거 같다. 누군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산타 할아버지는 없다고 말해줬다. 사실은 부모님이 선물을 사다주는 거라고. 그 뒤 크리스마스 아침 아버지가 산타 할아버지가 냉장고에 선물을 놔뒀다고 해서 열어봤더니 크런키 초코렛이 몇 개 있었다. 애걔...하며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산타 할아버지한테가..
아버지는 6.25 전쟁이 끝나기 전에 태어났고, 어머니는 끝난 후 태어났다. 살짝 넓게 보면 베이비붐 세대다. 두 분의 어렸을 적 기억은 사뭇 다르다. 친할아버지는 이북 출신으로 전쟁이 금방 끝날 거라 생각해서 거의 맨몸으로 남한으로 내려왔다가 고생 끝에 겨우 정착했는데 화재와 사기 등으로 그나마 없는 재산도 탈탈 털려 길거리에 천막치고 살 때가 있었을 정도로 가난했다고 한다. 장남인 아버지는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대학에 가서 학원 선생 아르바이트로 학비도 벌고 가족 생활비도 벌며 나중에는 학교 교사가 되었다. 아버지는 본인이 부모님한테 십원 한 푼 받은 것 없이 자수성가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했지만, 술 취했을 때 가끔은 자기 주위에 주는 사람은 없고 받는 사람밖에 없다며 신세한탄을 하기도 했다. 어머니..
아마도 대학교 1학년 때 자취하는 친구들 방에서 술을 마시며 놀았던 때였던 것 같다. 어떤 누나가 자긴 두 살 때 기억이 난다고 했다. 다락방에서 언니들하고 아빠 맥주를 몰래 훔쳐서 먹었는데 기분이 알딸딸했다는 뭐 그런 얘기였다. 그 때 나는 세 살 때 기억이라면 또 몰라도 두 살 때 기억은 말도 안된다며 소리를 쳤고 그 누나는 진짜라며 소리를 쳤다. 하필 술마시는 자리에서 말하는 가장 어릴 때의 기억이 술마시는 거라니. 두 살짜리 여자애가 어두컴컴한 다락방에서 맥주를 훔쳐 마시며 헤롱거리는 모습이 상상되는가? 그 상상 속의 상황이 워낙에 특이해서 그 뒤로도 술자리에서 다른 사람들하고 가장 어릴 때 기억은 무엇인가 서로 물어보곤 했었다. 그런데 그 인상이 얼마나 특이했으면 그 때가 언제였는지, 그가 누나..
복제인간이나 인조인간 또는 로보트에 사람의 기억을 심거나 조작하는 것은 영화나 만화에서 꽤나 자주 접할 수 있는 소재다. 기억을 심거나 조작하는 장면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데, 기껏해봐야 4~5 초 정도 되는 동영상 또는 거의 스틸 컷과 다름 없는 장면들을 어찌어찌하여 뇌에 집어넣는다. 그것도 초점이 잘 맞지 않거나 흔들리고, 소리도 메아리치고, 중간 중간 맥락없이 끊기는 빛바랜 장면들이다. 언뜻 생각없이 보면, 과연 그런 영상의 조각들로 과거를 창조하는 게 말이나 되나? 싶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실제로 내가 어떤 과거를 기억해낼 때 머리 속에 떠오르는 흐릿한 이미지는 영화 속 그것과 비슷하다! 완전 CCTV 같은 기억도 없지는 않다. 전세계적으로 100명 정도밖에 없다는 과잉기억증후군에 걸린 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