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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거 아닌 생각

조국과 질투의 힘

뻔돌이 2024. 3. 26. 10:32

요즘 총선을 앞두고 조국의 활약이 의외로 대단하다. 몇 년 동안 워낙에 전국민적인 맹공을 받았던 탓에 괜히 나섰다가 오히려 더 망가지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참 한국인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국민들이 윤석열과 한동훈의 비열한 본색을 알아챈 후 지금까지 조국이 당한 멸문지화 수준의 처형이 공정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난 조국 가족이 막 두들겨 맞던 그 비슷한 시기 나경원 자녀의 특혜와 비리에 대한 일부 진보 언론 기사와 보도를 접했고, 시민단체의 고발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수사가 없었으며 대다수의 보수 언론은 언급조차 없던 것에 나경원이 검찰 개혁을 열렬히 반대하기 때문에 서로 편들어주는 건가보다 했었다. 그런데 검찰 개혁을 하려는 조국과 그 가족이 검찰에게 노골적인 학살을 당하는 것을 보고 아, 이건 검찰이 자기 권력을 건드리려는 자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공정과 상식을 말하는 자들이 비슷한 사안을 두고도 자기 편을 들어주는 자와 아닌 자에 대한 법 정의 적용이 하늘과 땅보다 더 큰 차이가 있었으니까.


조국 일가가 정말로 그런 일을 당할 정도로 큰 죄를 지었나도 의문이었다. 일부 유튜버들이 재판을 다녀와서 그 내용과 검찰의 주장과 논리가 무엇이었는지를 정리해주는 영상들을 보면, 저런 식이면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겠는데? 싶어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조국 가족들은 실제로 기득권 계층이기도 했고, 일반 서민들은 누리지 못하는 특혜를 누리긴 했을 거다. 그런데 그 특혜가 부당한 불법적인 범죄를 통해 남들로부터 뺏은 것인지, 또한 그로 인해 실제로 누군가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심판보다는, 진보 인사가 특혜를 누렸다는 것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평소에 공정과 정의을 외치는 진보 인사들은 더 엄격한 도덕성과 청렴결백함을 강요받기 때문에, 정당성을 떠나 특혜를 누린 것 자체가 위선과 불공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는 적용되는 도덕적 잣대의 수준이 다르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진보 인사가 주식 투자를 해서 돈을 벌면 비난의 대상이 된다. 반면 보수 인사가 부동산 폭등의 시기에 부동산 투기를 해서 떼돈을 버는 것은 아무도 문제삼지 않는다.

 

누구는 수사는 커녕 신문에 한 줄 기사도 나가지 않는데, 누구는 수십만 건의 기사가 언론에 도배되어 가족과 친척들 모두 먼지 한 톨까지 탈탈 털리고 범죄집단으로 낙인찍히고 몰매를 당하는 상황은 내 눈에는 그야말로 광기 그 자체로 보였다. 그 당시 내가 더욱 화가 났던 것은, 너무나도 뻔히 보이는 검찰의 수작질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삼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 악랄한 놈들이 계획적으로 다른 누군가의 허물을 이용하여 부당한 반사 이익을 얻고 있는데, 그 꼴을 왜 그냥 보고 넘어가지? 대립하는 두 세력 중 하나가 악마가 되면 상대가 자동으로 천사가 되는 이 어이없는 무지함에 홧병이 날 지경이었다. 이러니 한국 정치에서 정책은 사라지고 네거티브 선동질만 남았지.


그 당시 조국 가족들이 재판을 받기도 전에 그 잘나고 똑똑하다는 서울대생들이 조국 물러나가며 시위를 했었다. 뭐 그럴 수는 있다. 그런데 그들은 거기서 멈췄고 그게 다였다. 그들의 눈에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던 걸까? 난 그게 참 안타까웠다. 그렇게 똑똑하다는 애들이 왜 그 정도에서 딱 멈추고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던 걸까. 조국을 계기로 모든 정치인들과 고위 공무원과 검찰까지 의혹이 있는 이들은 모두 똑같이 수사하자고 했어야지. 그게 정의와 공정성을 살리는 길이지. 공정함이 편파적으로 한 쪽에만 강요해서는 안되는 거잖아. 이런 주장들은 5년 전만 해도 범죄자를 두둔하는 것이라며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야 그런 얘기들이 겨우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참 오래도 걸렸다.

하지만 난 이런 상황이 한국인들이 이제서야 공정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그런 면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달라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난 조국과 그 가족이 전국민적인 마녀 사냥을 당한 진짜 이유는 정치적 암투나 언론 플레이의 영향도 크지만 그보다는 '질투' 라고 본다. 남들보다 앞장서서 조국 일가 사냥의 선봉에 나선 이들은 다름 아닌 기득권 계층 혹은 그를 지향하는 이들이었다. 내가 보기에 그들이 그렇게 열성적으로 조국을 죽이려고 든 것은 그를 질투했기 때문이다.


어렴풋이 그런 생각을 했지만, 그런 생각이 확신으로 변한 것은 본인을 변호사라고 소개한 어떤 여성 유튜버의 영상을 본 이후다. 그는 조민을 아주 대차게 까고 있었다. 공부를 그다지 잘하지 못해서 유학도 못가고 그냥 국내 대학에 겨우 간 거라는 둥 하면서 깎아내리기 바빴다. 변호사라는 그는 긴 생머리에 날씬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난 그 때 그의 말투와 어조, 사용하는 단어와 얼굴 표정에서 어떤 본능적인 느낌을 받았다. 아, 얘가 조민을 질투하고 있구나. 만약 조민이 뚱뚱하고 못샜겼다면 좀 덜 욕먹을 지도 모른다. 아마 그랬을 거다. 그런데 이쁘기까지 하잖아. 재벌은 아니지만 잘생기고 잘난 아빠에 엄마까지 교수고 부족한 거 없이 자랐고 게다가 의사인데 이뻐. 자기도 잘난만큼 잘났다고 생각하지만 조민과 비교했을 때 자신이 조금 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질투심에 활활 불탔을 것이다. 


박근혜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혜성처럼 나타나 연예인도 아니면서 연예인 급 인기들 한 몸에 받는 조국을 보며 배가 아픈 사람들도 무지 많았을 것이다. 뛰어난 지식과 지성의 소유자일 뿐 아니라 왠지 모를 품격이 느껴지는 잘생긴 외모는 충분히 질투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만약 조국이 뚱뚱하고 못생겼다면 그렇게 큰 인기를 얻지도 못했을 테고, 그렇게 미움받지도 않았을 거다. 그랬던 사람들이 검찰이 이끈 조국의 몰락을 보며 극심한 복통과 상처받은 자존심이 회복되어 통쾌한 기쁨을 맛보았을 것이다. 열등감과 질투 때문에 자존감이 구겨져 고통받던 사람들이 그 질투의 대상이 어느 날 불행해 지는 것을 보며 신체적 심리적 보상을 받는 것은 마약 하는 것과 같다. 그런 종류의 기쁨은 자신이 스스로 고생하고 노력해서 얻는 결실로 맛보는 기쁨과는 차원이 다른 훨씬 자극적이고 짜릿한 쾌감이 있다. 그런 쾌감은 한 번 맛보면 헤어나기 힘들다. 열등감과 질투는 본능에 가깝고, 본능은 이성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 본능에 휘둘린 이들은 광적인 인민재판에 휩쓸리기는 쉽겠지만, 그 뒤에 숨은 음모와 부조리함을 꿰뚫어보기는 어렵다.

난 조국이 이제서야 조금씩 이해받거나 혹은 동정을 받고 지지받는 이유는, 당할만큼 당하고 망할만큼 망해서 더 이상 느낄 질투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가만 보면 얼굴도 꽤나 상했다. 정치적으로 망하든 말든 수백억 자산을 자지고 있으면서 남들보다 잘먹고 잘 살고 여전히 매끈하고 탱탱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런 지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의사였던 딸 조민이 고졸로 전락하고 의사 자격을 반납하고 백수로 지내다가 그저 그런 특별할 거 없는 일상 공유 유튜버가 되고 돈 벌기 위해 앞광고를 하다가 허위 광고로 고발당해 또 검찰 수사를 받을 정도로 추락하지 않았다면 과연 이런 지지를 얻을 수 있었을까?

 

난 과거 조국이 범죄 혐의로 언론에 수만 번씩 오르내릴 때 핏대 세워 조국 심판을 외쳤던 그 잘난 서울대생들이 지금 윤석열 한동훈에 그다지 비판적이지 않은 것은 그들에게 질투를 느끼지 않기 때문인 것도 크다고 본다. 윤석열과 한동훈은 학벌과 스펙이 좋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말투나 몸짓과 하는 말들을 가만 보면 열등감과 질투를 유발할 정도의 지성과 교양과 품격은 거의 없다. 서울대 출신이 고작 저 정도밖에 안되나 싶을 정도로 참 가볍다. 깃털처럼. 그렇기 때문에 서울대생들이 그들을 지지하거나 좋아할 지는 몰라도, 조국을 볼 때와는 달리 절대 열등감이나 질투를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확실하다. 게다가 무능한 정권으로 나라가 망가진다고 해도, 기득권 계층은 그다지 큰 피해를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익을 보면 봤지. 그러니 이래 저래 굳이 그들을 비판할 필요가 없다.

 

조국이 언젠가 정권이 바뀌고 검찰이 씌운 범죄자 프레임에서 벗어나 부활하여 과거의 전성기를 또 다시 누릴 날이 올 수 있을까? 글쎄. 그러기에는 아직 질투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닌 것 같다. 언젠라도 다시 활활 불탈 수 있는. 지금 받고 있는 지지도 일시적인 것일 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 그가 받는 지지로 또 다른 이들이 다시 질투에 불타고 있을 지 모른다. 검찰이 조국 일가에 가하는 정치 보복이 5년이 지난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그들이 받는 고통이 지속되는 한 지지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 명예를 회복하고 검찰의 비열한 괴롭힘에서 해방되는 날이 온다면? 아무튼...조국과 조민은 좀 더 못생기게 태어났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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